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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인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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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인의 서재

땅을 사랑하고 사람을 노래하는 김영천 시인의 서재를 찾아나선 김정선 시인

앉은 곳에서 재래시장과 초등학교를 내다볼 수 있는 서재였다. 시인은 치열하게 삶을 살아내는 곳과 꽃봉오리 같은 생명들이 커가는 것을 내내 바라본 것이다. 사람이 들어 있어야 하고 이야기를 품어 내는 시를 써야 한다는 평소 말씀의  의미를 시인의 방에 와서야 이해했다.
 

절경보다는 사람,
절경은 시가 되지 않지만 사람은 시가 되는 창을 시인의 서재는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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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가는 것 / 김영천


크게 성공하지 못해도 
사방 곳곳에 이름 날리지 못해도 
그냥 살다가 가는 것조차 
얼마나 아름다운가


세상에 이름 모를 갖가지 풀꽃들이 
그냥 그렇게 피었다 지듯 
우린 그저 
함께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뜻 있는 일인가 
 
조금씩 웃고 또는 슬퍼하고 
절망하는 만큼 꿈도 꾸고 
그렇게 그냥 사는 것이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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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천 시인은 시향문학회와 목포문인협회회장을 역임했으며 전남시문학상과 목포문화예술상을 수상했다.

 

어떤 이는 자신의 서재를 생각의 주방이라고도 하고 소설가의 서재는 지옥으로 불리기도 했다지만, 선생님의 처음 서재는 겨우 책을 꽂아 놓은 책장에 불과해서 책이 들어앉을 전용 방을 만드는 게 내내 꿈이 되었고, 자녀들을 결혼 시키고 두 분만이 남아 넓은 집을 마련했을 때 그 꿈은 이루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책과 함께 잠들고 싶어 처음 얼마간은 서재에서 잠을 청했을 정도였으며, 책 속에 묻혀 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마지막을 맞고 싶다고 까지 하였다.


단 한 권의 책까지도 모두 선생님의 마음을 담고 있는 공간이었다. 책상 왼편 가까이는 선생님의 시가 들어있는 책들이 자리하고 목포 문인들 개인시집, 대학원 논문 공부할 때 보던 책들, 수필,전집,최근신간,서정주의 책들( 이곳은 오래되고 낡았지만 구하기 힘든 책들이 있었다.) 교수생활을 하셨던 외할아버지의 책,집안에 관한 책,기독서적이런 순으로 연결지어 방의 삼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을 즐기셨지만 소설은 이야기가 연결되어 손에서 놓기 힘드니 일하는 도중 읽기를 멈출수 없어서 줄였다고 하였다.

 

책 이야기를 하는 내내 어떤 것들을 말해 주어야 후배들에게 좋은 것들을 쥐어 줄까 설레는 마음과 무엇이든 다 들려주고 싶다는 표정이 역력하여 함께 하는 내내 뭉클함을 여러번 느꼈다.


작품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모두 다르지만 개인적으로 새벽시간이 가장 좋다고 하였다. 일찍 잠이 들어 새벽에 잠깐 두어시간 깨는 시간을 이용하면 사방의 모든 소리까지도 잠들어 버려 집중도가 높아진다고 한다.그래서 자는 방은 서재와 마주 보고 있었다.


새벽에 잠이 깨어 티비를 보거나 우두커니 있으면 시간이 아깝다. 그런 시간이 가장 작품쓰기 좋은데 허투루 보내지 말고 시간을 아껴 소중히 써야한다 게으르면 좋은 작품 못 쓴다. 이런 간곡어린 말들이 우리를 휘감고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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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 김영천

 

한 며칠 노래 부르다 떠나더라도

일곱 해는 너끈히 땅 속에서 견딘

그런 노력 없이는

그런 인내 없이는

절창이 나오지 않는 거여

 

내가 날마다

내 시를 위해 드리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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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작을 하시는데 시의 모티브들은 어떻게 끌어 오실까요?" 하는 질문에 다작을 해야 좋은 시를 고를 수 있다며 가장 흔하게는 책을 읽는 도중 어느 한 대목이나 단어로 모티브를 삼는다고 하였다.


그동안의 수 많은 책은 제쳐 두고 요즘 읽는 나태주의 [꿈꾸는 시인] 이라는 책을 꺼내 보인다. 시를 아는 사람보다 시를 모르는 일반인을 위한 시를 쓰라는 대목을 짚어 읽으며 시는 쉬워야 한다고 하였다.


소설가,수필가,희곡작가 라고 불리는 대신 시인을 부를땐 시(詩)옆에 인(人)을 붙인다는 것은 사람냄새 나는 시인이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하며 Ts. 엘리어트의 말을 또 인용하여 '미숙한 자는 흉내를 내고 성숙한 자는 마음을 훔친다' 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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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머리 해송 / 김영천

 

자전거를 배울 때

넘어지는 쪽으로 핸들을 돌리라고

배운 적이 있다

 

저 나무들은 필시

해가 지는 쪽으로 넘어질 것 같아

그리로 지금 몸을 틀고 있는 것이다

 

한 때 나를 지탱하던

그리움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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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은 대부분 어른이 되어 갑자기 시를 쓰는 경우 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문학을 좋아했던 이들이 많았을 것이라며, 선생님 자신도 그중 하나였는데 약사회 회장시절 약사회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 책상에 천상병의 [귀천] 시집을 발견하고 시를 써야겠다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였다.


늦은 나이에 문학도가 되어 대학원 공부를 다시 한 이유는 문학 공부가 절실하였고 문학의 근본적인 뿌리가 필요해 오십세에 2 년 정도를 문학이론을 공부할 기회를 대학원을 통해 하였다고 했다. 창작의 실력을 늘리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문학 자체의 깊이, 문학적 성취가 자신에게 만족감을 주었다고 하였다.


시가 가진 사회적 역할은 무엇일수 있느냐에 대해 인터넷과 SNS시대에서 시는 사라질 것이라고 하였지만 역설적으로 시는 대중화가 되어 버렸다 그러면서 시는 사람들을 복잡하고 다양해진 세상에서 맑고 깨끗하게 영혼을 정화 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언어를 거르고 걸러내는 문학의 최고 정수라고 하는 시가 사람들 속에서 영혼의 정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마음 치유 역할을 시인이 시와 사람들의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며 말에 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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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다방 / 김영천

 

원도심이라고도 하고

구도심이라고도 하는

스스로 낡아지는 시가지에

옛 영화를 부스러기처럼 매달고

함께 늙어가는 다방이 있네

 

흰 허벅지 드러내고

까딱까딱 발을 흔들며 차를 배달하는 박양도 없고

사장님, 오장님 호들갑을 떨며 어깨 주무르며

쌍화차를 시키는 오마담도 없이

어두운 조명 속

가끔은 다방 보다 더 늙은 손님 두엇 실루엣처럼 앉아

식어버린 엽차를 몇 번이나 따라 먹네

 

주인 겸, 주방장 겸, 레지 겸

혼자 도맡아 일하는 늙은 여주인은

날마다 닦아 반짝거리는 고무나무 잎처럼

가끔은 먼지 낀 골동품처럼

우두커니 앉아 있네

 

이젠 모두 다 자판기 커피 뽑아 먹느라

다방 출입을 않아도

까페에 앉아 비싼 아메리카노나 라떼나

에스프레소를 시키느라 찾아오지 않아도

관심 밖이네

 

이름이야 아직도 세상에서 제일 잘 나가는

하와이다방 한 구석에

남진이 노래가 들릴듯 말듯 은은하게 퍼지면

옆 카바레에서 춤 추다 잠깐 쉬러 나온

백구두 아저씨 털퍽 주저 앉아

엉구주춤 숨어 있던 그림자까지 데불고 일어서는

사장 마담 것까지

달고 맛나다는 아줌마커피를 시키네

 

버려진 이름 같은 구도심 한 귀퉁이

꿋꿋이 지켜나가는 하와이다방을

아직도 잊지 못해 찾아오는 낡은 추억 몇 개 가슴에 안으며

오늘은 또 몇 개의 시 같은 이야기들이

바둑판 위에 두어질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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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서재를 방문하는 일은 그의 가장 소중하고 내밀한 곳을 들여다 보는 일이었다. 들키고 싶지 않은 것과 드러내고 싶어 하는 것들이 공존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허락받았다지만 주저없이 마음대로 들추고 내다보는 이들을 보며 얼마나 민망하고 조심스러웠을까, 그러나 어린아이가 망설임 없이 바람에 내달리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마냥 흐뭇하게 바라봐 주시는 눈길 덕에 참 감사하게 서재를 다녀왔다.

 

서재에 꽂힌 책들이 그 분의 영혼과 교류하며 지배했을 것을 생각하니 스스로의 시간들에 대해 얼마나 성실하였으며 진실하였는지를 알수 있었다.


김영천 시인은 목포를 사랑하는 분이다. 이제는 시대의 흐름에 낡고 잊혀져가는 것들 까지도 다시 꺼내어 먼지를 닦아내고 윤기를 내고 계신다.


자신을 키워내고 살아내게 한 땅을 사랑하는 시인, 네루다를 생각나게 하는 분이다.


유머스럽고 주변의 작은 것들까지 사랑한 시인 그래서 조국까지도 사랑했던 네루다를 목포라는 작은 도시에서 다시 만난 것이다.

 

-글<김정선시인>

문학과의식등단

전남문인협회회원.목포문인협회회원

저서/바람에게 주문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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