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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생명을 배덕만 시인의 눈으로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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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생명을 배덕만 시인의 눈으로 보다

야생화 시를 읽으며

꽃이 피기 시작하면 바빠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산속 바위틈이나 양지바른 곳에 겨울이 남았어도 꽃을 피워내는 복수초며 괭이눈 같은 전령사를 찾아 나서는 이, 그는 카메라를 들고 봄의 모습을 기록합니다. 그리고 생태계의 교란을 감지하며 어떤 꽃이 사라지고 피는 시기가 달라지는지 가늠해 보기도 하고 안타까워합니다. 야생화의 생명을 시인의 눈으로 담아내는 사람 목포의 배덕만 시인의 시를 읽으려고 합니다.

 

그의 시는 갯벌에서도 태어납니다. 어린 시절 갯벌에서 자주 만나 동무했던 갯개미취를 목포대교 입구 고하도에서 다시 만납니다. 그곳에 가 사진을 찍고 난 후 어느 날 간척 후 사라진 갯개미취를 그리워합니다. 그 그리움은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하며 우리 곁에서 한 발짝 멀어져 버린 꽃에 대한 서운함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동일시하며 노래합니다.

 

1.jpg

 

해질녘 바닷가

발자국마다 모래는 서걱거린다

나는 종이배를 손에 쥐고

아무도 없는 백사장을 걷는다

내 유년의 바다에 띄우곤 하던 종이배

손에 쥔 종이배를 조심스레 흘려 본다

눈길을 떼기도 전 가라앉을 종이배에

그리운 얼굴 하나 가만히 앉힌다

매일 저녁 홀로 앉아

아버지를 기다리던 자리엔

여전히 갯개미취 무리지어 피어 있고

바위 위 나를 향해

멀리서부터 환한 웃음 지으며

걸어오곤 하던 아버지

가라앉은 종이배처럼

세월 속에 묻혀버린 아버지

그때처럼 바위에 앉아

갯개미취를 만지작거린다

밤은 깊어가고 내 유년의 파도는

아버지 대신 출렁인다

해안선 너머 불빛이 추억처럼 반짝인다

-갯개미취

 

그림021.png

 

시인은 어느 날 갑자기 건강악화로 일상생활이 힘들게 됩니다. 그러면서 찾은 산과 들에 힘차게 생명을 피워내는 꽃을 보며 자신의 생을 이어가게 됩니다. 가족들이 원래 단명하다는 불안감에 건강을 염려하였지만, 산과 들에 핀 야생화의 끈질긴 생명력은 그를 다시 건강한 사람으로 되찾아 주었고 꽃 보다 더 아름다운 시들을 발표하며 목포의 작가로 야생화 시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배덕만 시인의 첫 시집 서평을 해 주신 허형만 교수님의 해설을 이곳에 실으며 시인의 삶의 철학과 시 정신을 확인해 보고자 합니다.

 

무풍.jpg

 

우리는 꽃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완전히 뒤엎은 이 기막힌 역설적 감정이입 앞에 할 말을 잊는다. 개망초의 꽃말이 ‘화해’라는 것은 화자 ‘나’인 개망초로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슬픈 역사를 안고 있음을 남들은 모른다. 그래서 “망할 놈의 꽃말”이라고 내뱉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개망초는 알다시피 북아메리카에서 들어온 귀화식물이다.

 

그림0211.png

 

‘망초亡草’에 ‘개’가 붙은 이름으로 “일제 강점기 나라가 망해갈 때” 미국 선교사들이 이 씨앗을 갖고 들어와 뿌린 뒤 워낙 번식력이 좋아 온 땅에 퍼지기 시작하자 노인들이 나라가 ‘개망조’든다고 하여 부르게 된 게 ‘개망초’라는 이름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배덕만 시인은 “아프리카에서 강제로/ 미국에 노예로 팔려간/ 흑인들의 꽃”, 즉 “흑인노예들과 닮은” 서러운 역사를 지닌 꽃이라는데 관심을 두고, 그러기에 “ 관계는 더불어가 아니라/먹이사슬”이라는 철학적 사유로까지 넓히고 있다. 이는 달리 말하면 강대국의 식민정책에 의한 약소국의 아픔과 고통을 개망초의 심정으로 이입시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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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 놈의 꽃말

일제 강점기 나라가 망해갈 때

여기저기 많이 피어났다는 개망초

 

아프리카에서 강제로

미국에 노예로 팔려간 흑인들의 꽃

 

흑인 노예들과 닮은 개망초

그러나 꽃말은 화해

망할 놈의 꽃말

 

나를 거부하는 것들이

나를 서랍 속에 넣어두고

지들이 필요할 때 마다

조금씩 먹고는 안 먹은 척

교양 있게 빨간 루즈 바르고 하는 말

 

내가 눈멀어서 그래

관계는 더불어가 아니라

먹이사슬이야

 

다리 쥐나고 손, 발

저리고 몸뚱이로 굴러가다

개망초로 피어라

-개망초

 

그림0111.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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